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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정글 북' (2016) 감상평 및 관람기 (약한 스포일러 포함)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간만에 실사영화로 찾아온 디즈니의 '정글 북'(2016)을 보고 왔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때마침 정글을 배경으로 '정글 북'과 '레전드 오브 타잔' 두 영화가 상영 중입니다.
보통 이렇게 배경이 유사하면 서로 피하기 마련인데, 한국의 경우 정글 북이 북미보다 2개월 정도 늦은 6월 9일에 개봉해 이렇게 상영이 겹치게 되었네요. 어쨌든 비슷한 배경의 영화가 상영 중이라면 무엇을 볼까 고민되기 마련.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탄 디즈니에 대한 신뢰감 덕에 정글 북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워낙 원작부터 유명한 작품이기에 극장에 가기 전 사전정보 등을 전혀 보지 않아서, 영화가 시작하고나서야 실사영화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덕분에 감상평 쓰면서 스포일러 부담을 덜어서 좋네요.)

모글리 역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동물들도 정말 리얼하고 울창한 정글의 배경묘사도 멋졌습니다. 그래서 배경은 실제 촬영하고 동물이나 건물, 불길 같은 효과만 CG를 사용했을 줄 알았는데 모글리역 배우 빼고는 크로마 키로 Full CG작업한 영화더라구요. 기술의 발전이 참 대단합니다.


'정글 한 가운데 버려진 아기가 늑대에게 길러져, 동물친구들과 함께 겪는 모험담과 성장기'

자신을 받아준 늑대가족처럼 늑대가 되고 싶지만 몸은 인간.
안간힘을 써서 노력하지만 신체적 한계로 늑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모글리.

정글의 무법자 호랑이 '쉬어 칸'이 그의 목숨을 노리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리를 나와 정글 친구들과 함께 자신을 받아줄 인간 마을로 향합니다. 그 여정에서 결국 자신이 '늑대'가 아닌 '인간'인 자신을 받아들인 모글리는 동물들의 적인 이질적 존재가 아닌 정글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종(Spicies)으로서 정글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 방법'으로 쉬어 칸의 위험에서 모두를 구출해내고 정글의 일원으로 인정받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모두가 익히 아는 바로 그 '정글 북'입니다. 다만 기존작들의 줄거리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실사영화에 맞게 고전을 현대적, 그리고 디즈니적으로 잘 풀어놨습니다. 사실 구작에는 조금 잔인한 장면들도 나오기도 하구요.
(인물 빼고 전부 CG인데 실사라고 쓰기도 조금 미묘하긴 합니다.)

기존작에서는 야생소년 모글리의 모험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실사영화 정글 북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험도 함께 하지만요. 이러한 주제의식은 최근 디즈니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두려워해 하나 뿐인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겨울왕국(Frozen)의 '엘사', 사춘기를 겪으며 짧은 방황을 하는 인사이드 아웃의 소녀 '라일리', 그리고 자신의 존재이유와 역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슬픔이'까지. 이전보다 부쩍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을 강조하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종아하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두 작품.

이러한 측면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2012), 괴물의 아이(2015)의 주제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늑대인간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들'과 '괴물들에게 길러진 소년'이 등장하다보니 소재의 유사성도 있겠지만, 위 두 작품 또한

'남들과 다른 자신을 부정하며 방황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긍정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이야기' 


이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같은 주제이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두 작품은 꽤 무겁고 진중하게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특히 '늑대아이~'의 경우 후반부가 너무 무거워서 저연령층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괴물의 아이'에서는 괴물과 모험활극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집어넣어 같은 주제를 조금이나마 덜 무겁게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주제가 주제인만큼 후반부에는 꽤나 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반면 이번 '정글 북'은 이야기가 그렇게 무겁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진 않지만 극의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모글리의 결정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은 저연령층을 위한 배려가 엿보이는 면으로 극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자극적일 수 있는 장면은 일체 등장하지 않고, 심지어 피 한방울 보기 힘듭니다. 원작이나 구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죠. 바로 이런 면이 90년이 넘게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디즈니의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근 두 작품을 예로 들었듯이 이런 주제는 무겁지 않게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결과적으로 '역시 디즈니'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아이에게도 어렵지 않고, 어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간만에 가족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작품이에요.


P.S. 쿠키영상은 없지만, 스탭롤 초반에 나오는 CG효과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예쁩니다. 그리고 노래 또한 멋지구요. 느긋하게 감상하시고 떠나도 됩니다.


P.S.2 번역에 있어 과도하게 의역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You've always been my son '넌 항상 내 아들이란다' 정도인 문장을 '넌 영원히 내 아들이야' 라고 하거나, '그들이 얼마나 우리들을 죽여왔는지~' 인 표현이 자극적이었는지 아예 생략하고, 인간이 정글에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막이 나오더라구요. 전자는 이해하기 쉬우라고, 후자는 덜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것 같은데 다소 지나친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극 몰입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요.


P.S.3 사족관람기.

영화는 정말로 참 좋았는데, 주말 조조시간에는 가족영화나 애니메이션은 피해야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문화가 있는 날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전연령대, 그것도 아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산만하고 집중 못하는 것 정도는 어른으로서 이해를 해줘야할 부분입니다. 즐거운 영화의 날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번엔 정서적 차이를 너무 심하게 느꼈습니다.

제 옆자리에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들이 쭈욱 앉았는데, 아니 요녀석들이 다른 장면에서는 하품하면서 보다 누가 죽거나 다치는 장면만 보면 낄낄 거리며 욕설과 함께 자지러지게 웃더라구요. 한번이면 참겠는데 매번 그러니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건 물론이요, 보호자도 아닌데 저한테까지 째려보는 시선이 모이더라구요. 결국 저도 못참고 조용히 관람하자고 조곤조곤 말해줬습니다. 고 녀석들 당최 이해가 안가네요. 내가 어릴 때도 저랬나 싶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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