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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미래의 미라이(未来のミライ, 2018) - 이유 있는 혹평



조조로 미래의 미라이를 보고오다


일본에서 작년 여름에 개봉한 작품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대표작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섬머워즈 등이 있다)의 장편 애니메이션 신작이라 관심이 있어 평을 좀 챙겨봤었는데, 대체로 주인공인 '쿤짱'의 목소리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워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점과 기복없는 평이한 줄거리로 혹평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규모가 큰 근처 극장에서도 하루 3회 밖에 상영하지 않고 그마저도 조조 때만 자막, 나머지 2회는 더빙이었다. 아무래도 위 비판을 반영해 상영회수도 줄이고 더빙 쪽에 더 비중을 두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더빙보다는 원어판을 선호하는 편이라 모처럼 쉬는 날임에도 출근하는 기분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유 있는 혹평


호소다 감독의 전작들 때문에 관객의 기대치가 올라가 혹평을 받았을거라 지레짐작하곤, 큰 기대없이 보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까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위에 언급한 쿤짱 목소리의 위화감 및 기복없는 줄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Synopsis

 "카나가와 현 요코하마 근처의 살고 있는 4살 쿤은 여동생 미라이가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가자, 처음 겪은 경험에 당황한다. 그러던 중 미래에서 온 미라이를 만나게 되는데..."


영화의 제목에 들어간 미라이는 미래의 일어발음으로 제목과 시놉시스를 보면 미래에서 온 여동생의 비중이 클 것 같은 기대를 품게한다. 특히 예고편만보면 판타지 모험전개가 예상될정도인데, 정작 영화는 그런 기대와 예상과는 무관하게 '미래'보다는 현실공간의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가족의 인연'에 대한 단편적인 시간여행 에피소드가 계속되다가 마지막에서야 뜬금없이 오빠로서 여동생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끝마친다.


도대체 여동생은 왜 그리고 어떻게 미래에서 과거로 왔는지 만족스러운 대답조차 없다. 아예 미래에서 성장한 여동생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이야기가 성립될 정도.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아예 장점이 없지는 않다. 전작부터서 이어지는 호소다 마모루 작품 특유의 미려한 수채화 느낌의 작화부터 목소리에서 심히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4~5살배기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젊은 부부의 육아고충을 잘 묘사한 것을 높게 사고 싶다.

아즈마 키요히코의 '요츠바랑'에서 본 것 같은 귀엽고 코믹하고 흐뭇한 장면도 나오는 동시에, 몸이 2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데 아이는 울고 보채고 사고치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몇번을 다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마는 현실적인 육아의 현장을 잘 묘사했다. (물론 현실은 더 가혹하다.)


또 위에서 비판했듯 전체적으로 큰 흐름이 부족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꽤나 괜찮은 편. 보는 내내 장편보다는 차라리 단편으로 쪼개서 OVA나 TVA로 방영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혹평을 각오하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 대한 의리로 보긴했지만, 차마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