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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자가수리기(1) -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

어느덧 닌텐도 스위치가 발매한 지 어언 2년이 되었습니다. (17.03.03) 저는 당시 하루라도 빨리 해보고 싶어, 일마존에서 직구를 통해 구매했었는데요. 지금이야 괜찮아졌다지만 초기 생산분은 크고 작은 여러가지 하드웨어 이슈가 끊이지 않았고, 정식발매 제품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자가수리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여 지난 2년간 초기판 스위치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이래저래 궁리하며 자가수리를 하다보니 이제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그래봤자 해당부품 교체 정도지만요. 정식발매판도 1년이 지나 슬슬 무상AS 기간이 끝난 분들도 많을 것 같아, 어쩌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제가 한 자가수리 내용을 정리해볼까합니다.


스위치 자가수리기(1) -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

계정 프로필에 있는 최근 플레이한 게임 시간을 다 합쳐보니, 어느새 1300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대충 어림잡아 하루 한시간 정도 꾸준히 플레이한 셈이지요.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게임은 '스플래툰2'가 750시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350시간 정도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 두 게임의 경우 최적화가 잘되어있지만 나름 스위치 성능을 전부 다 끌어쓰는 게임으로 그에 걸맞게 발열량도 상당한 편입니다. 그나마 젤다야 휴대모드로도 종종 플레이했지만 스플래툰2는 거의 독모드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발열이 더 심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초부터 게임을 하다보면 팬이 풀로드로 도는 소리가 빈번해지더군요. 결국 스위치 사용 약 2년만에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작업하기 전 레딧이나 GBATEMP, 유튜브 등을 보면서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히트싱크 분리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아 그럭저럭 정보가 있는 편이었는데, 그 아래 AP, DRAM 쪽 실드까지 분리하는 가이드나 내용은 거의 없더라구요. 직접 해보니 이 작업이 꽤나 성가시고 피곤합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분리하고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를 완료했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적외선 온도계가 있는게 아니라 정확하게 온도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 중 팬이 최고 RPM으로 진입하는 빈도가 확 줄었습니다.

다만 저처럼 오래 사용해서 내부 써멀이 굳어버린 기기가 아니라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작성해본 가이드 입니다. 제 가이드와 더불어 ifixit에 기고된 팬교체 가이드도 참고하시면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ifixit.com/Guide/Nintendo+Switch+Fan+Replacement/113058)

사진은 클릭 시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0단계. 필요한 도구

(1) Y자 드라이버(Tri-point) Y00 혹은 Y 0.6mm
임의 분해를 막기위해서인지 하우징 겉부분은 Y자 나사로 고정되어있습니다. 참고로 Y00와 Y0는 다른 규격이므로 구입하실 때 헷갈리지 않아야합니다. 예전엔 잘 팔지도 않아서 이베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지에서 직구했는데, 요새는 국내 쇼핑몰에서도 '닌텐도 스위치 드라이버'정도의 키워드로 쉽게 구할 수 있더라구요.

(2) 십자 드라이버(Phiplips) #000, #00, #0
비교적 구하기 쉽습니다. 당장 다이소만 가도 1000원짜리 세트로도 팔구요.

(3) 헤라나 대용할 플라스틱 카드

(4) 써멀 페이스트
써멀 구리스라고도 하지요. 아주 허접한 것만 피하면 됩니다. 저는 랩탑이나 데탑에 쓰려고 사뒀던 Arctic MX4라는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가성비 좋다고 유명하죠. 이것보다 위로는 겔리드 익스트림이나 곰써멀 정도가 유명한데 비싸기도 할 뿐더러 스위치에 쓰기엔 좀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5) 1mm 써멀 패드1 (선택사항)
옵션 사항입니다. 이왕 써멀 페이스트 교체하는 김에 바로 옆에 있는 DRAM도 방열해야겠다 싶어서 마찬가지로 랩탑에 쓰려고 사뒀던 Arctic Thermal Pad 1mm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써멀 페이스트에 비해 효과도 애매하고 가격도 가격인지라 저도 있어서 쓴거지 없었다면 안했을 거라 참고만해주세요.


1단계. 하우징 분리

①~④ : Y드라이버로 풀어줍시다. 그 외 나사는 전부 십자나사입니다 (....)
⑤, ⑥ : 양 옆 레일 정중앙의 나사만 풀어주면 됩니다.
: 십자나사를 풀어줍시다.
⑧, ⑨ : C타입 단자 좌우 십자나사인데, 따로 나사홈이 있는게 아니라 하판 걸쇠 홈에 구멍만 나있어서 나사를 풀어도 잘 안빠집니다. 안빠지면 살짝 당기면서 빼봅시다.
: 킥스탠드 안쪽에 십자나사가 있습니다. 킥스탠드를 젖혀서 분리하고 나사를 풀어줍시다.

나사를 다 풀었다면 아래 C타입 단자 쪽부터 조심스레 서서히 들어올립니다. 좌우 레일 쪽이 걸리는 느낌이 들면서 잘 안빠질 수 있는데 그럴 때는 플라스틱 카드를 틈에 집어넣어서 살짝 들어올리면 됩니다.


2단계. 알루미늄 실드 분리

①~⑦ : 나사를 풀어줍시다.

번 나사를 풀면 microsd card 슬롯보드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 스펀지 아래에 커넥터가 붙어있는데 살짝 들어올리면 똑하고 빠집니다.  이후 알루미늄 실드를 분리해줍시다. 


3단계. 히트싱크 분리 및 기존 서멀 페이스트 청소

: 쇼트 방지를 위해 배터리 전원 커넥터를 분리해줍니다. 케이블 쪽에서 커넥터 방향으로 들어올리면 빠집니다.
②~④ : 히트 싱크를 고정해주는 나사를 풀어줍니다.

(1) 자, 내부가 정말이지 랩탑처럼 생겼습니다. 번은 혹시나 모를 쇼트 등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정전기로 쇼트가 날수도 있지만 접점에 드라이버 등 전도체가 닿아 쇼트가 날수도 있으니까요.

(2) 쿨링팬 쪽에 스펀지 테잎이 붙어있는데, 찢어져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떼어내줍시다.

(3) 알루미늄 실드와 히트싱크 아래쪽을 보면 말라서 굳어버린 써멀 페이스트가 보입니다. 특히 히트싱크 윗쪽에 발라진 연보라색 써멀은 왠지 영 품질이 안좋아보입니다. 저는 못쓰는 플라스틱 카드를 잘라내 긁어내는 용도로 쓰곤합니다. 덩어리는 요걸로 긁어내주고 나머지는 휴지 등으로 닦거나 더 깔끔하게 청소하고 싶다면 알콜 등으로 닦아주면 되겠습니다.

(4) 빼먹은 ⑤~⑪번은 이제 그 아래 AP와 DRAM을 덮는 실드 부분을 분리하기 위해 진행하는 부분입니다. 제대로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다음 단계까지 진행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실드 분리하는게 난이도가 높아 어느정도 분해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괜히 건드려서 탈나기보다는 여기까지만 진행하고 써멀 페이스트 재도포 후 역순으로 재조립하는 편이 좋습니다.

(5) 4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맨 아래 7단계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4단계. 쿨링 팬, I/O보드 분리 (선택사항)

윗 단계에서 경고했다시피 실드 분리하는게 매우 어렵고, 대체할 수 있는 부품 구하기도 힘들어서 자신이 없으시다면 3단계까지만 하시길 권장합니다. 여기서부터 분해 난이도가 슬슬 올라갑니다.

⑤, ⑥ : 실드를 분리하기 위해 일단 쿨링팬 나사를 분리합니다.
: 리본 케이블이 꽂힌 ZIF 커넥터가 있습니다. 락을 젖혀올리고 리본 케이블을 분리합니다.
⑧, ⑨ : 나사를 풀어줍니다.
: 처음 SD CARD 슬롯 보드처럼 커넥터가 있습니다. 들어올려서 분리.
: 넓은 ZIF 커넥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락을 젖혀올리고 리본 케이블을 분리.

번까지 진행해 IO보드를 분리하면 쿨링팬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걸로 AP, DRAM 실드 분리 준비가 끝났습니다.


5단계. AP 및 DRAM 실드 분리 (선택사항)

이제 그 문제의 실드를 분리해봅시다. 실드는 아래 사진의 빨간 원과 같이 총 8군데가 걸쇠로 걸려있습니다. 문제는 아래 흰색 동그라미 친 부분에 PCB 패턴이 잔뜩 인쇄 되어있어 멋모르고 실드 벗긴다고 드라이버나 헤라 등으로 긁거나 들어올리다 패턴 그어버리면 회로가 끊겨버리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판에 손상이 가지않게 조심스레 실드를 탈거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번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좌우 모서리를 들어올리고 그 상태에서 앞 뒤로 살살 흔들어 걸리는 아래 부분이 벌어지게 해 헐렁하게 만들어줍니다. 실드가 좀 휘더라도 아예 구겨지지만 않으면 다시 펼 수 있습니다.

(2) 한쪽을 이런 식으로 분리하는데 성공했다면 반대쪽 번도 흔들어서 분리, 그 다음 번도 같은 방식으로 분리해 나머지 걸쇠까지 싹 분리해줍시다. 아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


6단계. AP 서멀 페이스트 재도포 (선택사항)

(1)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앞으로 한걸음입니다. 위 사진처럼 굳어버린 써멀 덩어리들을 말끔히 청소해줍니다.

(2) 위에서 휘어버린 실드의 경우, 평평한 바닥면에 놓고 눌러서 펴줘야합니다. 저는 적당한 크기의 문진이 있어서 그걸로 눌러서 평평하게 펴줬는데, 없으면 동전 같은걸로 문질러 펴주는 것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벌어진 옆부분도 똑바로 세워줍시다.

(3) 이후 써멀을 AP 위에 적정량 도포해줍니다. 사실 데스크톱 같은 경우엔, 쿨러가 무게도 나가고 고정쇠의 의 눌러주는 힘으로 가운데만 적당히 발라도 잘 퍼져주는데, 스위치나 랩탑의 경우 눌러주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저 같은 경우엔 균등하게 펴서 발라주는 편입니다.

(선택사항1)
만약 써멀 패드가 있다면 DRAM 위에 덮어줍니다. 실드 보다 1mm 패드가 약간 두꺼운 편이라 말랑말랑한 써멀패드가 아니라면 아예 안쓰는 편이 낫습니다. 이후 실드를 덮고 실드 위에도 1mm 패드를 부착해주면 되겠습니다.

(선택사항2)
방법에 따라 아예 저 실드를 안쓰고 AP위에 바로 히트싱크를 올려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저는 어차피 히트싱크 지지대 높이가 있기때문에 실드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4) 이후 5단계를 역순으로 진행해 쿨링팬 및 I/O보드를 부착해줍시다.


7단계. 히트싱크 써멀 재도포 및 역순으로 재조립

(1) 히트 싱크 바닥부분에 써멀을 적정량 도포하고 덮어줍시다. 히트싱크를 재조립할 때 ②~④번 나사는 더 이상 안조여진다 싶을 정도로 꽉 조여야 밀착되서 열이 제대로 전달됩니다.

(2) 원래 연보라색 써멀이 붙어있던 자리에 써멀페이스트를 적정량 짜줍시다. (아래 사진 참고)

(3) 이후 배터리 전원선을 다시 꽂아주고 실드를 덮고 역순으로 재조립해 마무리하면 됩니다.